노량진 수산시장은 김홍철의 피와 땀
김홍철의 성공신화 2

김홍철 전 수산업협동조합 중앙회 경제사업 대표이사는 자신의 30년 수협 인생 중 가장 자랑스러웠던 일을 꼽으라고 하면 그것은 ‘노량진 수산시장’을 인수한 일이라고 주저 없이 말한다. 사실 그가 수협중앙회에서 근무하면서 이뤄낸 성과는 이것 말고도 많다. 일몰제(법률이나 각종 규제의 효력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없어지도록 하는 제도)에 해당돼 존폐의 기로에 서있던 면세유류 공급기간을 4년 연장한 일이라든지, 정부와 담판을 벌여 경제사업부 예산 1,200억 원을 확보한 일, 유류저장 시설을 확보한 일, 178억에 달하는 외환사고를 수습한 일, 해태건조기에 대해 면세유를 공급받을 수 있게 한 일, 그리고 지금은 전설이 되어버린 ‘부실금융 회수작전’, 속칭 ‘엔테베 작전’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도 김홍철은 노량진 수산시장에 대해 유난이 애착이 많다. 그가 노량진 수산시장에 대한 애착을 쉽게 끊어 내지 못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노량진 수산시장은 그와 동료들이 온 몸을 불살라 일궈낸 수협인 모두의 삶의 터전이었다. 그 터전은 김홍철에 의해 확실하게 자리매김 했다. 그런데 노량진 수산시장이 동양의 메카로 도약하려는 순간 김홍철은 정치적인 이유로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이렇듯 노량진 수산시장은 김홍철의 삶에 하나의 신화를 추가했고 또 아쉬움과 미련도 남겼다.
2001년 노량진 수산시장의 인수를 둘러싸고 정치권의 공방이 가열됐다. 누가 노량진 수산시장을 인수하느냐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2001년 9월 11일 자 한겨레신문 “야, 응찰포기 겨냥 수협국감 앞당겨”라는 제하의 기사를 보면 “한나라당이 수협의 입찰 포기를 종용하기 위해 고의로 국정감사 일정을 앞당겼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라는 내용을 보도하고 있다. 그 당시 노량진 수산시장의 인수 경쟁에 뛰어든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를 방증해주고 있는 기사이다.
당시, 정치권의 눈치를 보던 대표이사와 일부 이사들은 노량진 수산시장의 인수를 반대했다. 조합원의 80~90%가 이에 동조했다. 그러나 김홍철의 생각은 달랐다. 수협인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수협중앙회가 노량진 수산시상을 인수해야 한다고 확신했다. 노량진 수산시장 입찰에 참여하는 것은 당시 권력의 실세와 입찰 경쟁을 벌여야 했기 때문에 일이 잘못되면 김홍철의 신변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그러나 김홍철은 뚝심으로 밀어 붙였다. 김홍철은 “어업인의 시장 지배력을 가지려면 반드시 노량진 수산시장은 수협중앙회가 인수해야 한다.”라는 당위성을 내세워 의원들을 설득해 나갔다. 김홍철의 설득이 통했는지 서울의 노른자위 땅 13,500평을 1,480여억 원에 인수하게 된다. 수협중앙회는 이때 정부로부터 수산시장 현대화 시설자금 1,800억의 70% 1500억 원을 지원 받는다.
수협중앙회가 우여곡절을 겪으며 노량진 수산시장을 인수했지만 상인들의 반발이 시작됐다. 자신들이 길거리로 나앉을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그들은 500여 명씩 때지어 다니며 수협중앙회 직원들을 위협했다. 한마디로 험악한 분위기였다. 그들에게는 생존권이 달린 문제라 물러설 수 없었던 것이었다. 수협측은 그들에게 불이익이 없을 것이라 약속했지만 상인들은 과거에 경험했던 불신 탓에 수협의 약속을 믿어주지 않았다. 이번에도 김홍철이 나섰다. 김홍철은 상인들을 직접 만나 “상인이 없는 시장은 시장으로서의 존재 가치가 없다. 각 상인마다 분사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 상인과 수협이 공존하는 시장으로 만들겠다.”며 이들을 설득했다. 30년 김홍철의 인생이 헛되지 않았던 것이었을까. 김홍철은 10분 만에 이들을 설득해 돌려보낼 수 있었다.
김홍철은 당시의 상황을 다음과 같이 회고하고 있다.
“그 당시 내 말을 곧 법이었어. 그렇다고 강제적으로 압박을 한 것이 아니고......, 내가 수협에 몸담고 있는 동안 내가 뱉은 말은 한 번도 어긴 적이 없다는 것을 상인들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내 말을 믿어줬던 거야.”
이때부터 노량진 수산시장에 대한 김홍철의 개혁 드라이브가 시작됐다. 김홍철은 먼저 시장 내의 부정부패와 비리를 척결했다. 신뢰받는 시장이 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조치였다. 그리고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시장 내의 전등 3,800여개를 교체했다. 비린내를 제거하기 위해 냄새제거시설도 갖추었다. 여성 고객들이 하이힐을 신고 수산시장을 마음 놓고 드나들 수 있도록 바닥을 청결하고 유지했다. 이런 일련의 작업들은 노량진 수산시장이 혐오시설이라는 오명을 벗고 사랑받는 시설로 거듭나기 위해 시급히 개선해야 할 과제였다. 또한 상인들이 매장의 위치 때문에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장소추첨제를 도입했다. 특별한 백이 없어도 추첨에서 뽑힌 상인들은 좋은 위치의 매장을 운영할 수 있었다. 이것뿐만 아니었다. 일부 상인들이 좋은 장소의 매장을 독점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2년 마다 장소를 교체하는 하는 제도도 마련했다. 그리고 매년 1~2회 이벤트를 개최해 상인들과 고객들이 가까워 질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김홍철의 이런 노력은 그해 바로 결실을 맺었다. 그동안 적자로 운영되던 노량진 수산시장이 인수 첫해부터 30~40억의 흑자를 기록했다. 그리고 그 기록을 매년 경신했다. 현재의 노량진 수산시장의 명성은 이렇게 이루어진 것이다.
수협중앙회 경제사업부 예산 1,200억을 확보하다
김홍철이 수협중앙회 대표이사로 취임할 당시, 수협은 IMF로 인해 부도위기에 몰려있었다. 수협 신용사업부에 공적자금이 투입되고 있었고, 수협 경제사업부의 예산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신용사업부에 공적자금이 투입됐기 때문에 경제사업부는 신용사업부의 자금에 손을 댈 수 없었다. 이때 김홍철은 경제사업부의 예산 확보를 위해 관련 부처들을 찾아다니며 예산지원에 대한 당위성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김홍철은 관련부처 담당자에서부터, 예산부처 담당자, 그리고 국회의원까지 필요하다면 누구라도 가리지고 않고 찾아다녔다. 이런 김홍철의 진정성이 통했는데 2003년 1,200억 원의 예산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정부가 2003년부터 5년 동안 매년 200억씩을 수협중앙회에 지원하기로 했다. 그리고 일시불로 주지 못한 금액에 대한 이자까지 합산해 지원해 주기로 한 것이다. 정부의 예산을 확보함으로써 수협은 외부 차입을 하지 않고도 자본금을 충당했다. 이로 인해 수협은 매년 100억여 원의 경영개선효과를 가지게 된다.
나는 이렇게 설득했다
김홍철이 공무원과 정치인을 설득하기 위해 펼친 논리는 다음과 같다.
“수협의 문제는 경제적인 논리보다는 정치적인 차원에서 풀어가야 한다. 수산업을 버리면 우리나라 바다는 일본, 중국의 어장이 될 것이다. 우리 수산업이 존재해야 국토를 지킬 수 있다. 이 문제는 통치권적인 차원에서 결정해야 할 사안이다“담당 공무원이 난색을 표하면 김홍철은 “담당은 이 문제를 위로만 올려주기만 하면 된다. 상관은 내가 설득하겠다.”라며 담당자를 설득했다. 당시 김홍철에게 실무자를 거치지 않고 윗선으로 바로 갈 수 있는 인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김홍철은 “편법을 쓰지 않고 정상적이 절차를 밟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김홍철은 몇 번의 사업 추진 과정에서 이러한 신념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사업 하나를 성사시키려면 정부부처의 주사, 사무관, 과장, 국장을 차례로 설득해야 하는데, 실무자 만나기는 쉽나? 전국에서 하루에 수십 명이 넘는 사람들이 실무자를 만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데 나만 만나주겠어. 그러니 실무자가 출근할 때부터 퇴근할 때까지 그의 주변을 서성거리는 것이 일이지. 화장실까지 따라가서 말 한마디만 나눠도 절반은 성공이야. 어렵사리 실무부서를 통과해도 다음은 예산담당부서를 찾아가 같은 일을 반복해야 해. 예산부서를 통과하면 국회의원을 찾아가 설득해야 하고......, 이렇게 1년은 꼬박 투자해야 정부예산을 타낼 수 있지.”
길 잃은 행정에 해법을 제시하다
김홍철 전 수산업협동조합 중앙회 경제사업 대표이사의 경험담은 목적과 명분에서 길을 잃고 허우적대는 자치단체의 행정에 확실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사업의 목적이 확실해야 하고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돼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이 같은 요건들이 갖춰지면 목적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김홍철은 이런 내용을 “‘신뢰성’, ‘투명성’, ‘공정성’을 갖추면 못 이룰 일이 없다”라는 말로 함축해 표현하고 있다.
김홍철의 못 다 이룬 꿈
1,480여억 원에 인수한 노량진 수산시장은 현재 1조 원대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김홍철의 선택과 집요한 노력이 이 같은 신화를 만든 것이다. 그러나 김홍철은 이것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노량진 수산시장을 획기적으로 변모시킬 수 있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구상했다. 그것은 노량진 수산시장 13,500평 전체를 아시아의 수산물 메카로 조성하는 일이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1층은 수산물 도매시장, 2층은 수산물 가공시설, 3층은 먹거리(음식점)촌, 4층은 문화관으로 설계되어 있다.
김홍철은 자신의 임기 중에 설계를 마치고 예산까지 확보 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대표이사직을 물러나고 몇 년이 지났지만 사업이 시행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김홍철은 지금 “동력을 잃은 노량진 수산시장이 하루빨리 아시아의 수산물 메카로 거듭나는 것을 보고 싶다”는 염원을 얘기하고 있다.
<주간 전라닷컴 윤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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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news@jeo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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